북극을 탐험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탐험가들이 주변의 얼음을 깨서 녹여 마시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분명 바닷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해빙(Sea Ice)일 텐데, 왜 이 얼음은 짜지 않을까요? 오늘은 북극해의 얼음 속에 숨겨진 신기한 '배출 원리'와 과학적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얼음이 얼 때 일어나는 '염분 배출(Brine Rejection)' 현상
바닷물이 얼기 시작할 때, 물 분자들은 자기들끼리 결합하여 아주 규칙적인 격자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 사이에 끼어있던 소금(염분) 성분은 이 순수한 격자 구조에 포함되지 못하고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를 염분 배출(Brine Rejection) 현상이라고 합니다. 영하의 기온에서 바닷물이 얼기 시작하면, 소금기만 농축된 아주 짠 액체인 '브라인(Brine)'이 얼음 결정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갓 만들어진 얼음은 바닷물보다 훨씬 덜 짜게 되는 것이죠.
2. 시간이 지날수록 얼음은 더 순수해진다
방금 언 얼음은 그래도 미세한 틈새에 약간의 소금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래서 갓 언 해빙은 씹어보면 짠맛이 제법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얼음이 겨울을 지나고 여름을 견디며 **'다년생 얼음(Multi-year Ice)'**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름철에 얼음 표면이 살짝 녹으면서 생긴 민물이 아래로 스며 내려가는데, 이 과정에서 얼음 속에 남아있던 미세한 소금 주머니들을 씻어내며 바다로 밀어냅니다. 제가 예전에 자료를 조사하며 놀랐던 사실은, 2~3년 이상 된 북극의 얼음은 실제로 거의 민물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식수로 써도 무방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3. 북극해에 흐르는 거대한 '강물'의 영향
북극해의 얼음이 남극보다 덜 짜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북극해의 독특한 환경 때문입니다. 북극해는 거대한 육지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러시아의 레나 강, 예니세이 강, 캐나다의 맥켄지 강 같은 엄청난 규모의 강들이 끊임없이 북극해로 민물을 쏟아붓습니다.
이 민물들이 바닷물과 섞이면서 북극해 표면의 염분 농도를 낮춥니다. 표면의 물이 상대적으로 덜 짜다 보니 얼음이 얼 때 포함되는 염분의 양 자체가 남극보다 적은 편입니다. 북극해는 거대한 바다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거대한 '민물 호수의 성격'을 일부 공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4. 이 현상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열염순환)
단순히 "얼음이 짜지 않다"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얼음이 얼면서 밖으로 밀려난 아주 차갑고 무거운 '고염분 물'은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이 움직임이 전 세계 바닷물을 섞어주는 '해류의 엔진(열염순환)' 역할을 합니다.
만약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 얼음이 얼지 않는다면, 이 차갑고 무거운 물이 만들어지지 않아 전 세계 해류의 흐름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북극의 깨끗한 얼음 한 조각에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거대한 메커니즘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핵심 요약]
얼음이 얼 때 소금 성분을 밖으로 밀어내는 염분 배출 현상 때문에 해빙은 짜지 않습니다.
오래된 얼음일수록 내부의 소금기가 씻겨 내려가 민물에 가까운 순수함을 유지합니다.
주변 대륙에서 유입되는 막대한 양의 강물이 북극해의 염분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다음 편 예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단한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북극의 지배자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얼음 위 최고의 포식자, 북극곰의 사냥법과 놀라운 생존 전략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질문] 바닷물이 얼어서 민물이 된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혹시 북극 얼음으로 만든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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